경총 “생활임금제 입법… 국민 조세부담만 가중”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의 ‘생활임금제’ 입법화 및 선거공약 추진에 나선 데 대해 경제계가 노동시장을 교란하고 국민 조세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생활임금제 도입 등을 주내용으로 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을 의원 20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한 데 이어 새정치연합이 생활임금제를 지방선거 공통공약으로 채택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계의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 전달했다.

경총은 “생활임금을 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헌법에 근거한 최저임금제와 이를 토대로 한 법적 지원제도들을 형식적 제도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생활임금제는 현재의 최저임금과 거의 유사한 기능을 가지면서 단지 임금 수준만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또 “2012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가 51.1%에 불과한 현실에서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치 않고 생활임금제를 도입할 경우 조세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며 “지역별 복지수준 편차 심화, 미적용 근로자와의 형평성 논란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생활임금제는 근로자의 인간적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지자체 및 지자체 사무수탁 법인·단체 소속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에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더해 30%가량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 체계다.

지난해부터 생활임금제를 시행 중인 서울 성북구의 경우 올해 생활임금을 143만2000원으로 책정했고, 보건복지부가 정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63만 원이다. 현재 성북구와 노원구, 경기 부천시 등에서 시행 중이며, 새정치연합이 6·4 지방선거 제1호 공통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경쟁적인 생활임금제 도입은 어려운 국내 경기나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특히 생활임금제 확산 시 지자체 및 산하 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